신작 ott

오징어게임 시즌3, 더이상 놀랍지 않은 폭력의 서사

건어물녀 2025. 6. 29. 18:45
  1. 뜨겁게 타올랐다 쪼그라진 오징어 한 마리

오징어게임 시즌3, 더이상 놀랍지 않은 폭력의 서사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지 어느덧 세 시즌.
2021년 시즌1이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한국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에 환호했고,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정면으로 다룬 그 메시지에 주목했다. 단순한 생존 게임의 서사를
넘어서, 인간의 선택과 도덕, 욕망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방식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즌2에서는 시즌1의 여운을 이어가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살아남은 자 ‘성기훈’이 조직을
파헤치기 위해 다시 게임의 세계로 발을 들이는 모습은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리고 마침내 2025년, 기다림 끝에 오징어게임 시즌3가 공개되었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고 말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언급할 점은 이 시리즈가 본래 지니고 있던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점차 흐려졌다는 점이다. 시즌1에서 보여줬던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순간'의 충격은 시즌3에 이르러 단순한 클리셰처럼 느껴진다. 반복되는 데스게임, 게임을 지켜보는 VIP, 극한의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이제 익숙하기만 하다. 한때 사회적 상징이었던
장면들이 반복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비판이 아닌 소비로 전락한다.
시즌3의 게임 구성 역시 눈에 띄게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시각적으로는 여전히 화려하지만, 새로운 규칙이나 반전을 기대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게임은 여전히 잔혹하고, 룰은 냉정하지만, 이 모든 것이 어디선가 본 듯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서사의 긴장감은 떨어지고, 몰입감도 자연히 낮아진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부분은 조직의 실체에 대한 탐구가 미완성된 채 끝난다는 점이다. 시즌2에서 기훈이 본격적으로 조직의 내부를 파고들겠다고 다짐했기에, 시즌3에서는 더 깊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진행되면서, 프론트맨의 과거사나 조직의 탄생 배경은 단편적인 힌트에 그치고 만다. 오히려 프론트맨은 전보다 더 평면적인 인물로 퇴보한 느낌을 준다. 조직 내부의 균열이나 이상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만, 이에 대한 본격적인 갈등이나 전환은 찾아보기 어렵다.
VIP들의 존재 또한 여전히 어색하다. 시즌1에서 그들의 등장은 한국 사회의 상류층, 혹은 외부 세계의 자본권력에 대한 상징으로 기능했다. 하지만 시즌3에서도 그들은 조악한 영어 대사와 얕은 캐릭터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소비되고 만다. 단지 잔혹한 게임을 관람하는 자들의 상징으로 반복될 뿐, 그들의 세계가 왜곡된 권력의 결정체로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는 끝내 그려지지 않는다.

  1. 여전히 고통속에 남겨진 사람들... 시청자들

무엇보다 시즌3의 마지막은 근본적인 구조의 변화나 전환을 보여주지 못한 채 마무리된다.
살아남은 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고, 조직은 건재하며, 세상의 부조리는 그대로 유지된다. 기훈의 선택 역시 분명한 변화의 신호를 주지 못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결국 "이 모든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가?"라는 질문을 남기게 된다.
물론 오징어게임 시즌3는 여전히 시청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탄탄하고, 미장센은 여전히 화려하다. 감각적인 연출과 속도감 있는 편집은 넷플릭스 드라마 특유의 몰입도를 유지해준다. 특히 몇몇 새로운 캐릭터들의 사연은 감정적으로 공감할 여지를 제공하며, 시리즈의 정체성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즌3는 시즌1이 보여준 충격과 울림을 더 이상 제공하지 못한다. 그저 시청률을 위한 반복, 익숙한 공식을 따라가는 제작 방식, 상업적 성공에 안주한 듯한 전개가 아쉬움을 자아낸다. 이는 단지 스토리의 문제만이 아니라, 콘텐츠가 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제작진의 의지 부족으로도 읽힌다.

오징어게임 시즌3는 더 이상 놀라운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고찰보다는, 그 욕망을 반복 재생산하는 데에 그친다.
시즌1이 질문을 던졌다면, 시즌3는 대답을 회피한 채, 익숙한 장면만을 되풀이한다.
물론! 오징어게임의 훌륭한 작품이고, 전세계에 K-콘텐츠의 기발함, 가성비, 훌륭함을 알린
작품이다. 그 깊이가 조금 아쉬울뿐.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기에. 좀 더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지 못했음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