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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이해하는 진짜 성장의 이야기 <드래곤 길들이기>

건어물녀 2025. 7. 4.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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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는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인간과 드래곤, 사냥꾼과 피조물이라는 대립 구조 속에서 펼쳐지는 이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모험 판타지를 넘어, 진정한 용기와 공존, 성장과 화해라는 깊은 주제를 품고 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는 이 작품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드래곤’이라는 환상의 존재에 감정을 부여하고,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 관객에게도 감동을 주는 걸작으로 남아 있다. 오늘은 《드래곤 길들이기》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그 핵심 메시지와 미학적 요소들을 중심으로 비평해보고자 한다.


❚ 이야기의 시작: ‘다름’과의 만남

영화는 바이킹의 후예인 ‘히컵’이라는 소년이 주인공이다. 용맹함이 미덕인 부족 사회에서, 히컵은 마르고 약하며 감수성이 풍부한 ‘이질적인 존재’다. 그는 전사보다 발명가에 가까운 아이이며, 다른 동료들과 달리 드래곤에게 적개심을 느끼기보다 호기심을 갖는다.

이러한 히컵의 시선은 영화 초반, ‘투슬리스(Toothless)’라는 드래곤과의 만남으로 본격화된다. 투슬리스는 상처 입은 드래곤이며, 히컵은 그를 죽이는 대신 몰래 치료하고 돌보며 우정을 키워간다. 이 장면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용기의 상징이자, 영화 전체의 핵심 테마다.


❚ 드래곤, ‘두려움’의 메타포

드래곤은 바이킹들에게 공포의 존재다. 그들은 마을을 습격하고 가축을 훔쳐가며, 인간의 세계를 위협한다. 하지만 히컵은 그 ‘두려움의 대상’이 사실은 자신의 세계에서 똑같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이 설정은 현실의 ‘편견’이나 ‘타자화’를 떠올리게 한다. 다른 문화, 다른 인종, 다른 종교, 심지어 다른 성정체성을 향한 사회의 태도는 종종 드래곤처럼 무조건적인 적대에서 시작된다. 영화는 이를 어린 관객에게도 친근하게 전달하며, 관용과 공존의 가치를 심어준다.


❚ 비주얼의 미학: ‘비행’의 감성

《드래곤 길들이기》의 가장 매혹적인 장면은 단연 드래곤을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이다. 특히 히컵이 투슬리스를 타고 처음으로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시퀀스는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다. 자기 한계를 깨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순간의 은유다.

드림웍스는 이 장면을 위해 공기 흐름, 시야의 이동, 중력의 느낌까지 세심하게 계산한 카메라 연출을 사용했다. 실제 관객들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며, 히컵의 감정에 완전히 동화된다. 이 ‘비행의 체험’은 영화가 단지 이야기뿐만 아니라, 감각적으로도 뛰어났음을 보여준다.


❚ 부모 세대와의 갈등: 세대 간의 화해

히컵과 아버지 ‘스토이크’의 관계 역시 눈여겨볼 지점이다. 스토이크는 전통적이고 강인한 바이킹으로, 히컵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강한 아들’을 기대하지만, 히컵은 ‘이해하는 아들’이다. 이 부자 관계는 전통과 혁신, 규범과 자율, 억압과 표현이라는 세대 간의 갈등을 함축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 갈등을 비극으로 몰지 않는다. 오히려 결국 아버지가 아들의 방식을 인정하고, 히컵 또한 아버지를 이해하며 ‘함께’ 드래곤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싸움에 나서는 장면은 진정한 화해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 관객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 투슬리스, 인간의 감정을 가진 드래곤

《드래곤 길들이기》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드래곤이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라 **감정을 가진 ‘캐릭터’**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특히 투슬리스는 표정, 눈빛, 몸짓을 통해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드러낸다. 때로는 고양이처럼 귀엽고, 때로는 개처럼 충성스럽지만, 때로는 야생동물처럼 낯설다.

이는 CG 기술 이상의 섬세한 캐릭터 연출의 결과이며, 관객으로 하여금 드래곤을 단지 상상의 존재가 아닌, 공감 가능한 존재로 느끼게 만든다. 이런 감정적 교감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히컵이 다리를 잃고, 투슬리스 역시 꼬리 날개를 잃는 장면에서 정점을 찍는다. 서로가 없으면 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둘은, 함께 새로운 세계로 날아오른다.


❚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가

영화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진정한 용기란, 힘으로 누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히컵은 누구보다 약하고, 작으며, 무기를 다루는 데도 익숙지 않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용감하게 기존의 틀을 깨고, 드래곤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양성과 포용, 비폭력적 해결,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이를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자연스럽게 심어주는 교훈적인 성장 영화다.


마무리: 판타지를 넘어선 진심의 서사

《드래곤 길들이기》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드래곤과 소년의 우정을 통해 인간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현대의 우화이자, 모든 세대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다.

드림웍스의 기술력, 존 파웰의 아름다운 음악, 탄탄한 스토리텔링,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과 드래곤 사이의 감정선이 어우러진 이 영화는 ‘아이를 위한 영화’라는 편견을 뛰어넘어, 우리 모두를 위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2025년인 지금 다시 봐도, 《드래곤 길들이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더 절실하다. 서로를 향한 불신과 벽이 가득한 시대에서, 이 영화는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다른 존재와, 진심으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나요?”